[한투증권 김대준] 투자전략 시황 : 볼튼, 이란 그리고 유가
안녕하세요. 한투증권 시황 김대준입니다. 이번 자료에선 유가 상승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유가는 3월 변동성 장세에서도 강세를 지속했는데요. 원유 수요 증가와 중동 지정학 리스크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볼튼 전 UN대사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되면서 이란 핵 협상이 파기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는데요. 이로 인해 유가 상승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주식시장에선 유가 상승 수혜주가 관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
시황 l 김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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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에 대한 생각
3월은 투자자에게 매우 우울한 달이었다. 미국의 통상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이 흔들렸다. 주식, 상품, 통화 등 거의 모든 자산이 보호무역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의 NIKKEI225 지수는 전월대비 5.9% 하락했고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2.8% 올랐다.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 가지 특이점이 눈에 띈다. 바로 유가 상승세다. 사실 요즘처럼 시장 전반에 약세 압력이 가해질 때는 유가도 하락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상승 속도가 가팔랐다. 26일 종가로 WTI 가격은 배럴당 65.9달러까지 오르며 1월 고점인 66.1달러에 거의 도달했다.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기적 포지션도 증가세로 반전했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중동 지정학 리스크다. 최근 주요 언론은 중동 리스크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미국의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존 볼튼 전 UN대사가 임명됐다는 소식도 전하고 있다. 초강경파 볼튼의 등장이 미국의 중동 정책, 특히 이란에 대한 스탠스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볼튼 신임 보좌관은 4월 9일부터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을 총괄할 예정이다. 의회 인준이 필요하지 않아 바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볼튼은 알려진 대로 맥매스터 전 보좌관보다 매파적 색채가 강하다. 적대국인 이란과 북한에 대해 강경한 기조를 고집한다.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오바마 정부와 이란이 합의했던 핵 협상을 폐기하자고 주장할 수 있다. 볼튼의 성향상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2015년 뉴욕타임스에 게재됐던 “To Stop Iran’s Bomb, Bomb Iran” 칼럼도 이를 방증한다. 볼튼은 이 글에서 오바마의 대이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정밀 타격과 같은 군사 행동을 적극 지지한 바 있다. 문제는 지금도 이런 안보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4월부터 이란 불확실성이 다시 확산될 수 있다. 이란 불확실성은 원유 공급에 부정적인 변수다. 이란은 OPEC 회원국 가운데 산유량 3위다. 2월엔 일간 383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그런데 미국이 핵 협상을 파기하고 예전처럼 제재에 돌입하면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다시 급감할 수 있다. 만약 합의가 도출된 2015년 7월로 회귀할 경우 산유량은 지금보다 100만배럴 감소한 285만배럴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엔 원유시장에서의 수급 균형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원유 수요는 경기 호조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에 OPEC 회원국도 시장 필요량인 일간 3,220만배럴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이란 제재가 재개된다면 OPEC 공급량은 필요량을 하회할 수 있다. 물론 다른 회원국이 부족분을 채울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유가는 공급 감소 우려를 빠르게 선반영할 전망이다. 여기에 수송 리스크도 추가 악재로 더해질 수 있다. 중동산 원유는 대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타지역으로 운반된다.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세력권이다. 만약 이란이 제재에 반발해 해협을 봉쇄해버리면 원유는 발이 묶이게 된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향후 어떤 방식이든 이란에 대한 압박이 강화된다면 유가는 결국 상승 압력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당분간 WTI가격은 60달러 이상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이란 지정학 리스크가 원유가격에 녹아들 것이기 때문이다. 5월 12일 이란 핵 협상 갱신을 앞두고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을 컨트롤하는 볼튼의 행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발언 강도에 따라 유가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원유 시장에서의 변화를 가격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 흐름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확인하기 전에 주가가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빨리 움직이는 스타일은 유가 상승 수혜주다. 유가 상승이 영업 환경에 긍정적인 정유, 철강, 화학, 건설, 기계, 조선 등이 해당된다. 관련 업종에 속한 주식의 흐름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관련 업종의 이익 모멘텀은 나쁘지 않다. 12개월 선행 EPS의 최근 1개월 변화율을 보면 조선, 철강, 화학 순으로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고 있다. 특히 조선주의 경우 관리 종목에서 해제된 대우조선해양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EPS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한편, 철강, 화학 업종도 유가 상승 국면에서 이익모멘텀이 좋아지고 있다. 여러모로 유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주식이 투자자들의 눈에 띌 수 있는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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