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석 한국기자협회 월간지 '기자통신' 2000년 3월호 머리기사 기고
안녕하세요 세계일보 인터넷 뉴스팀장 홍진석입니다.
아래 글은 2000년 초의 글입니다. 조금 길죠. 세계일보를 떠나 머니투데이 기초를 다질때 썼던 글입니다. 갑자기 한국기자협회에서 기고요청이 들어와 허겁지겁 송고했는데 닷컴 열풍기 였는지 기자협회 발행 월간지였던 '기자통신' 2000년 3월호 커버스토리로 나와버렸습니다.
사실 이 글의 기본 구상은 1998~1999년 세계일보 경제부에서 정통부와 과기부를 출입할때부터 마련됐던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능하게 해주셨던 박경은 (현 오마이뉴스 부사장) 당시 세계일보 경제부장, 야후코리아 염진섭 전 사장, 이중수 공채1기 선배에게 감사드립니다.
세계일보에선 2004년 7월 이후 인터넷뉴스팀장을 맡아 인터넷뉴스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사실 이 글의 기본 구상은 1998~1999년 세계일보 경제부에서 정통부와 과기부를 출입할때부터 마련됐던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능하게 해주셨던 박경은 (현 오마이뉴스 부사장) 당시 세계일보 경제부장, 야후코리아 염진섭 전 사장, 이중수 공채1기 선배에게 감사드립니다.
세계일보에선 2004년 7월 이후 인터넷뉴스팀장을 맡아 인터넷뉴스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 월간지
'기자통신' 2000년 3월호 머리기사
홍진석 머니투데이 인터넷 팀장
인터넷이란 새로운 표현양식(mode of expression)은 언론에도 일찌감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해왔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하고 멀리 퍼져가고 게다가 값싼 수단을 손아귀에 쥐게 됐기 때문이다. 변화의 핵심은 인터넷의 출현으로 의사소통방식, 지식의 생산-가공-전달방식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이다.
1940년 비로소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낸 프랑스의 라스코 석굴에 8백여개의 벽화를 남긴 원시인들은 그 시대의 삶을 표현하려는 수단으로 바위란 미디어를 택했다. 요즘도 금강산의 김일성 유훈처럼 바위덩이는 영생불멸의 미디어로서 각광받고 있다.
이집트인들은 나일강에 널린 무수히 많은 갈대잎으로 파피루스란 미디어를 만들었다. 유목민 양피지로 정보와 지식을 담았다. 중국 후한시대 채륜의 발명품인 종이는 이후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과 결합돼 지식의 보고로서 확보한 위치를 점유해왔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까지 구텐베르크의 신기술은 인류의 지식 정보의 저장 가공 전달방식의 밑바탕을 이뤘다. 대학 등 교육시스템도 쿠텐베르크가 없었더라면 요즘과 같은 모습을 갖추기 힘들었을 것이다.
홍진석 머니투데이 인터넷 팀장
인터넷이란 새로운 표현양식(mode of expression)은 언론에도 일찌감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해왔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하고 멀리 퍼져가고 게다가 값싼 수단을 손아귀에 쥐게 됐기 때문이다. 변화의 핵심은 인터넷의 출현으로 의사소통방식, 지식의 생산-가공-전달방식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이다.
1940년 비로소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낸 프랑스의 라스코 석굴에 8백여개의 벽화를 남긴 원시인들은 그 시대의 삶을 표현하려는 수단으로 바위란 미디어를 택했다. 요즘도 금강산의 김일성 유훈처럼 바위덩이는 영생불멸의 미디어로서 각광받고 있다.
이집트인들은 나일강에 널린 무수히 많은 갈대잎으로 파피루스란 미디어를 만들었다. 유목민 양피지로 정보와 지식을 담았다. 중국 후한시대 채륜의 발명품인 종이는 이후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과 결합돼 지식의 보고로서 확보한 위치를 점유해왔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까지 구텐베르크의 신기술은 인류의 지식 정보의 저장 가공 전달방식의 밑바탕을 이뤘다. 대학 등 교육시스템도 쿠텐베르크가 없었더라면 요즘과 같은 모습을 갖추기 힘들었을 것이다.
인터넷 출현, 의사소통방식 변화
가장 대중적인 소식 전달 매체인 신문 역시 구텐베르크의 후예랄 수 있다. 그러나 신문 역시 일정시점의 뉴스와 해설을 제한된 지면에 담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녔다. 신문은 종이 수십여장에 담긴 뉴스 해설 사진 그리고 광고등을 담은 형태로 독자들에게 전달되지만 실제 유통경로는 매우 복잡하다. 돈도 많이 들어간다.
금세기들어 출현한 라디오와 TV도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보와 소식 노래 화면을 전달하는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지만 지나간 정보와 관련성이 없는 단순함이 한계로 작용했다. 그래서 TV는 ‘바보상자’라는 악명까지 듣게 됐다.
기자들의 취재 송고 편집 교열과 간부급 기자들의 데스크 등을 거친뒤 제판 윤전기 발송 배달 등 여러 복잡한 단계를 거처야한다. 압권은 수백억원짜리 초고속컬러 윤전기이다. 일본 미국 독일의 극소수인쇄기계 생산업체들이 주문생산을 하기 때문에 비쌀 수 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무분별한 윤전기의 도입이 지난 90년 신문사들의 무한경쟁과정 속에서 신문사들의 경영상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매스미디어 특히 신문은분명 구텐베르그의 기술이 최고도로 발전한 형태이자 자본주의의 꽃망울을 가득 터뜨렸던 매스프로덕션(대량생산) 자본주의시대와 찰떡궁합을 이뤘다.
대량생산자본주의를 이끈 거대기업들은 자신이 만든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들에 팔기위해 광고비로 매스미디어를 후원했다. 대량생산은 분업과 규모의 경제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한 표준화되고 단순한 상품을 생산하는데 주력했고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도 모른 상태에서 광고를 통해 전달되는 상품정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는 취향은 알고보면 대량생산체제를 유지해온 거대자본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달한 각종 광고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대량생산자본주의시대의 구호는 “나는 생산하고 공급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대량생산자본주의시대아래 소비자는 주는대로 받아먹을 수밖에 없었다. 매스미디어 역시 표준화된 방식으로 생산된 뉴스의 독점적 공급자였다.
경제적 권력을 쥔 소수의 부자들뿐 아니라 국가라는 통치기구를 장악한 권력 역시 매스미디어가 표현할 수 있는 방향과 한계를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쉽게 말해 매스미디어는 아무리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내세운다고 해도 궁국적으로 돈과 권력의 직간접적 영향아래 가둬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모든 사람이 정보생산·유통자 시대로
그러나 인터넷의 출현은 기존의 신문 방송과는 차원이 다른 혁명적 변화를 몰고왔다.
인터넷의 출현은 모든 사람이 정보의 생산 가공 유통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시대를 열었다. 만인이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정보와 소식을 담은 홈페이지는 알고보면 실시간으로 전세계로 열려있는 공간이다. 인터넷에 접속되기만 하면 러시아 미국 유럽 호주 남미 심지어 인공위성 인터넷의 등장으로 남극에서도 찾아올 수 있다.
역사상 자신을 알리고 전하는 수단으로 홈페이지만큼 강력한 게 있을까. 신문 방송도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나 물리적 한계가 있다. 국경을 넘어서면 신문과 방송을 보기 힘들어진다. 여러사람에게 소식과 정보 광고를 전하는 수단으로서 신문 방송의 역할은 아직은 유효하지만 인터넷에 비해서는 비교할 바 아니다.
92년 깊은 가을쯤 종말론이 기승을 부릴 때였다. 사회부 경찰기자 시절 종말론은 펴온 한 교회 근처에서 과연 하늘로 불려 올라갈지 밤샘취재중이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한 PC통신에 가입한 고교생이 교회인근 자신의 집에서 PC통신을 통해 종말론 카운트다운 상황을 실시간으로 올리고 있었다. 즉 실시한 현장중계 보도였다. 비록 문장력과 표현력을 부족했지만 흥미로운 역사현장을 포착하는 새로운 시도로 보였다. 98년 여름 경기도 일대에 집중호우가 쏟아질 때 침수상황을 PC통신을 통해 생중계한 중학생의 시도도 눈길을 끈 바 있다. 물론 이를 보려는 PC통신사용자들의 조회수는 엄청났다.
최근 미국에서는 정규방송을 통한 보도영상자료를 마치 아마츄어가 찍은 것처럼 촬영하는게 유행이라고 한다. 고화질에 스테레오 기능을 갖는 디지털 캠코더의 보급으로 화재 지진 토네이도 등 각종 사건사고현장이 아마츄어 사진기자들에 의해 포착되고 있다. 이들은 생생한 현장감을 살린 영상을 방송사에 팔거나 아니면 압축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상에 올리기도 한다. 즉 신문기자뿐만 아니라 방송-카메라기자의 역할도 일반인들에 의해 충분히 수행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조성됐다.
신문 방송등 기존 매스미디어에서는 반드시 마감시간을 준수해야 했다. 취재된 기사나 사진 화상자료를 일정한 지면과 시간이란 제약아래 편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문 또는 방송 등 최종적으로 뉴스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취재과정보다 더욱 복잡하고 기술적인 노하우가 필요한 각종 제작과정이 필요하다.
저비용 고효율의 뉴스매체 인터넷
그러나 만일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공급한다고 하자. 워드프로세서로 작업한 문서를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HTML문서로 변환시키기만 하면된다. 요즘에는 HTML문서를 쉽게 작성하는 프로그램이 널려 있다. 사진도 디지털카메라로 찍으면 현상이나 인화할 필요없이 디지털데이터로 보관할 수 있고 E메일을 통해 간편하게 전송할 수 있다. 인터넷에 올리는 작업도 그리 큰 품이 들지 않는다. 아직 압축기술이 좀더 개발돼야 하고 고속인터넷에서만 유효하지만 동영상화면도 인터넷에 올리는 것도 매우 간단하다. TV수준처럼 큰 화면이 아니라 적절히 화면크기를 줄여 올려놓으면 동화상을 올리고 내려받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할 경우 기자에서 독자로 이어지는 뉴스공급망은 매우 짧아진다. 그 사이에 있는 무수한 유통경로 중간단계가 사라진다. 돈도 시간도 적게 드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저비용고효율뉴스매체라고 할 수 있다.
99년 9월 외신기사에 난 소식이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위싱턴포스트지가 마감시간 없는 뉴스전달을 선언했다는 내용. 즉 배달되는 신문에는 마감시간이 있지만 인터넷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마감시간 없이 24시간 전천후로 속보와 업데이트 된 뉴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기자들은 노동강도가 엄청 높아졌다면 임금인상 등의 보상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미국 지방지들은 99년들어 뉴스페이퍼에서 페이퍼를 삭제했다. 즉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온리뉴스매체로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이 갖은 경제성과 효율성때문에 더 이상 종이신문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신문용지구입비용 유통배달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4시간 뉴스공급체제를 갖추는 한편 인터넷광고수주로 수익성을 오히려 높일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신문용지가격은 국제시세에 따라 변화폭이 심한 만큼 경영에 큰 부담이 돼왔다.
‘intel inside’로 유명한 인텔사의 앤디 그로브 회장은 97년 미국 신문편집인회의 초청 간담회에서 도발적인 발언을 했다. “종이신문은 인터넷과 광고 양방향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인터넷시대에 적응하는 전략을 찾지 못할 경우 종이신문은 3년이내에 생존기반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앤디그로브는 뉴스전달매체로서 인터넷의 강력함을 알고 있었다. 비싸고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중간단계를 대폭 줄일 경우 뉴스공급비용을 대폭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물론 구독료나 신문광고료대신 돈을 받아내는 수익모델창출이 관건이겠지만.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미디어는 뉴미디어 등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인포메이션미디어라는 용어를 제시하고 싶다. 아니면 확 줄여 I미디어라는 이름을 쓰고싶다. I에는 다양한 영어의미가 흘러나온다. 나(i) 정보(information) 상호작용 또는 주고받음(interactive) 상상력(imagination) 심층탐사(investigation) 등등.
I미디어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고효율 저비용매체임에 틀림이 없다. 기존의 대량생산자본주의에 어울리던 매스미디어처럼 거대공룡이 아닌 뉴스나 정보의 전달에 있어서 잽싼 경보병이랄 수 있다.
일부 미국 지방지 온라인 뉴스로 전환
그러나 기술적 변화가 문화에 앞서가는 이른바 문화지체(cultural lag)는 I미디어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윤전기 운영방식, 방송장비 등 기술적 한계에 발목이 잡혀있는 기존 매스미디어의 운영방식이 I미디어의 독자적인 행보를 가로막고 있다. 물론 현재에도 신문 방송 통신사들이 인터넷에 뉴스를 올리고 있으나 이는 철저하게 인터넷용이 아니라 신문 방송제작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즉 기존의 뉴스홈페이지는 신문 방송에 나온 것을 단순하게 올리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은 단지 글자로 된 뉴스뿐만 아니라 사진 동영상 음악 도표 등을 담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층정보가 담긴 인터넷사이트와 연결시켜주는 등 보다 유연하고 다채로운 뉴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말이다.
또한 기자들이 여전히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는 점도 해결과제이다. 현재 정보통신 과학 경제부 체육부 국제부 등의 일부기자들에게만 인터넷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을 뿐 사회부 정치부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저조하다.
언론 기자 인터넷 활용도 떨어져
기자들이 자신의 취재영역을 출입처란 틀에 의해 제한받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정부부처 주요기업들은 각 언론사별로 일정인원의 기자만을 출입기자로 등록시켜 이들에게 취재공간과 각종 보도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일정 자격과 영향력을 갖춘 언론사만 등록시킴으로써 공신력과 책임성을 유지한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출입처 제도는 인터넷시대에는 정보유통을 제한하는 인위적인 장벽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보도시점을 사전에 조정하는 엠바고관행 역시 인터넷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같다.
국내 언론사는 인터넷을 뉴스전달을 위한 하나의 채널정도로만 여기는 것 같다. 인터넷이 지닌 위력과 경제적 장점 등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러나 사실 언론사의 주수익원이 신문광고와 방송광고에 있기 때문에 인터넷사업쪽으로 경영자원을 몰아주기 힘든 구조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십년간 이어져온 한국언론계의 관행이 인터넷을 독자적인 사업부문으로서 육성시키기에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제도권 기자, 인터넷 미디어로 이동 많아
올들어 제도권을 박차고 나와 과감하게 독립인터넷미디어를 차린 기자들이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머니투데이를 비롯 이데일리 아이뉴스24 등이 전직 일간지기자들이 만들어낸 한국언론의 새로운 시험무대이다. 조인스닷컴 동아닷컴 아이티조선 등도 자체 취재망을 갖춰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중앙일보는 조인스닷컴과 별도로 j머니란 인터넷 기반 미디어의 설립을 검토하기도 했다.
국내언론사 닷컴 열풍
아울러 지난해부터 국내언론사들도 닷컴 열풍 가운데 너나없이 인터넷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독자적인 부서를 편성하거나 아니면 아예 분사화해버릴 정도였다. 그러나 몇몇 선발주자외에 눈에 띄는 사업성과와 영향력이 발휘되는 않는 것은 출고시간, 컨텐츠의 스타일, 취재방식 등이 여전히 오프라인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콘텐츠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따라서 언론사부설 온라인미디어간 경쟁은 우선 탈오프라인이란 선결조건부터 해결해야 할 듯하다. 오프라인쪽에서 신문제작용 방송제작용으로 전달되는 컨텐츠에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선 네티즌독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한다. 인터넷은 빠른 속보의 전달뿐만 아니라 도표 사진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기술을 기반으로 양과 질에서 기존 신문방송에 실린 뉴스 그 이상의 뉴스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전달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종기사를 발굴해낼 수 있는 기자 스스로의 역량이다. 결국 온라인도 사람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
가장 대중적인 소식 전달 매체인 신문 역시 구텐베르크의 후예랄 수 있다. 그러나 신문 역시 일정시점의 뉴스와 해설을 제한된 지면에 담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녔다. 신문은 종이 수십여장에 담긴 뉴스 해설 사진 그리고 광고등을 담은 형태로 독자들에게 전달되지만 실제 유통경로는 매우 복잡하다. 돈도 많이 들어간다.
금세기들어 출현한 라디오와 TV도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보와 소식 노래 화면을 전달하는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지만 지나간 정보와 관련성이 없는 단순함이 한계로 작용했다. 그래서 TV는 ‘바보상자’라는 악명까지 듣게 됐다.
기자들의 취재 송고 편집 교열과 간부급 기자들의 데스크 등을 거친뒤 제판 윤전기 발송 배달 등 여러 복잡한 단계를 거처야한다. 압권은 수백억원짜리 초고속컬러 윤전기이다. 일본 미국 독일의 극소수인쇄기계 생산업체들이 주문생산을 하기 때문에 비쌀 수 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무분별한 윤전기의 도입이 지난 90년 신문사들의 무한경쟁과정 속에서 신문사들의 경영상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매스미디어 특히 신문은분명 구텐베르그의 기술이 최고도로 발전한 형태이자 자본주의의 꽃망울을 가득 터뜨렸던 매스프로덕션(대량생산) 자본주의시대와 찰떡궁합을 이뤘다.
대량생산자본주의를 이끈 거대기업들은 자신이 만든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들에 팔기위해 광고비로 매스미디어를 후원했다. 대량생산은 분업과 규모의 경제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한 표준화되고 단순한 상품을 생산하는데 주력했고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도 모른 상태에서 광고를 통해 전달되는 상품정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는 취향은 알고보면 대량생산체제를 유지해온 거대자본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달한 각종 광고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대량생산자본주의시대의 구호는 “나는 생산하고 공급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대량생산자본주의시대아래 소비자는 주는대로 받아먹을 수밖에 없었다. 매스미디어 역시 표준화된 방식으로 생산된 뉴스의 독점적 공급자였다.
경제적 권력을 쥔 소수의 부자들뿐 아니라 국가라는 통치기구를 장악한 권력 역시 매스미디어가 표현할 수 있는 방향과 한계를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쉽게 말해 매스미디어는 아무리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내세운다고 해도 궁국적으로 돈과 권력의 직간접적 영향아래 가둬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모든 사람이 정보생산·유통자 시대로
그러나 인터넷의 출현은 기존의 신문 방송과는 차원이 다른 혁명적 변화를 몰고왔다.
인터넷의 출현은 모든 사람이 정보의 생산 가공 유통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시대를 열었다. 만인이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정보와 소식을 담은 홈페이지는 알고보면 실시간으로 전세계로 열려있는 공간이다. 인터넷에 접속되기만 하면 러시아 미국 유럽 호주 남미 심지어 인공위성 인터넷의 등장으로 남극에서도 찾아올 수 있다.
역사상 자신을 알리고 전하는 수단으로 홈페이지만큼 강력한 게 있을까. 신문 방송도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나 물리적 한계가 있다. 국경을 넘어서면 신문과 방송을 보기 힘들어진다. 여러사람에게 소식과 정보 광고를 전하는 수단으로서 신문 방송의 역할은 아직은 유효하지만 인터넷에 비해서는 비교할 바 아니다.
92년 깊은 가을쯤 종말론이 기승을 부릴 때였다. 사회부 경찰기자 시절 종말론은 펴온 한 교회 근처에서 과연 하늘로 불려 올라갈지 밤샘취재중이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한 PC통신에 가입한 고교생이 교회인근 자신의 집에서 PC통신을 통해 종말론 카운트다운 상황을 실시간으로 올리고 있었다. 즉 실시한 현장중계 보도였다. 비록 문장력과 표현력을 부족했지만 흥미로운 역사현장을 포착하는 새로운 시도로 보였다. 98년 여름 경기도 일대에 집중호우가 쏟아질 때 침수상황을 PC통신을 통해 생중계한 중학생의 시도도 눈길을 끈 바 있다. 물론 이를 보려는 PC통신사용자들의 조회수는 엄청났다.
최근 미국에서는 정규방송을 통한 보도영상자료를 마치 아마츄어가 찍은 것처럼 촬영하는게 유행이라고 한다. 고화질에 스테레오 기능을 갖는 디지털 캠코더의 보급으로 화재 지진 토네이도 등 각종 사건사고현장이 아마츄어 사진기자들에 의해 포착되고 있다. 이들은 생생한 현장감을 살린 영상을 방송사에 팔거나 아니면 압축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상에 올리기도 한다. 즉 신문기자뿐만 아니라 방송-카메라기자의 역할도 일반인들에 의해 충분히 수행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조성됐다.
신문 방송등 기존 매스미디어에서는 반드시 마감시간을 준수해야 했다. 취재된 기사나 사진 화상자료를 일정한 지면과 시간이란 제약아래 편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문 또는 방송 등 최종적으로 뉴스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취재과정보다 더욱 복잡하고 기술적인 노하우가 필요한 각종 제작과정이 필요하다.
저비용 고효율의 뉴스매체 인터넷
그러나 만일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공급한다고 하자. 워드프로세서로 작업한 문서를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HTML문서로 변환시키기만 하면된다. 요즘에는 HTML문서를 쉽게 작성하는 프로그램이 널려 있다. 사진도 디지털카메라로 찍으면 현상이나 인화할 필요없이 디지털데이터로 보관할 수 있고 E메일을 통해 간편하게 전송할 수 있다. 인터넷에 올리는 작업도 그리 큰 품이 들지 않는다. 아직 압축기술이 좀더 개발돼야 하고 고속인터넷에서만 유효하지만 동영상화면도 인터넷에 올리는 것도 매우 간단하다. TV수준처럼 큰 화면이 아니라 적절히 화면크기를 줄여 올려놓으면 동화상을 올리고 내려받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할 경우 기자에서 독자로 이어지는 뉴스공급망은 매우 짧아진다. 그 사이에 있는 무수한 유통경로 중간단계가 사라진다. 돈도 시간도 적게 드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저비용고효율뉴스매체라고 할 수 있다.
99년 9월 외신기사에 난 소식이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위싱턴포스트지가 마감시간 없는 뉴스전달을 선언했다는 내용. 즉 배달되는 신문에는 마감시간이 있지만 인터넷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마감시간 없이 24시간 전천후로 속보와 업데이트 된 뉴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기자들은 노동강도가 엄청 높아졌다면 임금인상 등의 보상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미국 지방지들은 99년들어 뉴스페이퍼에서 페이퍼를 삭제했다. 즉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온리뉴스매체로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이 갖은 경제성과 효율성때문에 더 이상 종이신문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신문용지구입비용 유통배달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4시간 뉴스공급체제를 갖추는 한편 인터넷광고수주로 수익성을 오히려 높일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신문용지가격은 국제시세에 따라 변화폭이 심한 만큼 경영에 큰 부담이 돼왔다.
‘intel inside’로 유명한 인텔사의 앤디 그로브 회장은 97년 미국 신문편집인회의 초청 간담회에서 도발적인 발언을 했다. “종이신문은 인터넷과 광고 양방향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인터넷시대에 적응하는 전략을 찾지 못할 경우 종이신문은 3년이내에 생존기반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앤디그로브는 뉴스전달매체로서 인터넷의 강력함을 알고 있었다. 비싸고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중간단계를 대폭 줄일 경우 뉴스공급비용을 대폭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물론 구독료나 신문광고료대신 돈을 받아내는 수익모델창출이 관건이겠지만.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미디어는 뉴미디어 등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인포메이션미디어라는 용어를 제시하고 싶다. 아니면 확 줄여 I미디어라는 이름을 쓰고싶다. I에는 다양한 영어의미가 흘러나온다. 나(i) 정보(information) 상호작용 또는 주고받음(interactive) 상상력(imagination) 심층탐사(investigation) 등등.
I미디어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고효율 저비용매체임에 틀림이 없다. 기존의 대량생산자본주의에 어울리던 매스미디어처럼 거대공룡이 아닌 뉴스나 정보의 전달에 있어서 잽싼 경보병이랄 수 있다.
일부 미국 지방지 온라인 뉴스로 전환
그러나 기술적 변화가 문화에 앞서가는 이른바 문화지체(cultural lag)는 I미디어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윤전기 운영방식, 방송장비 등 기술적 한계에 발목이 잡혀있는 기존 매스미디어의 운영방식이 I미디어의 독자적인 행보를 가로막고 있다. 물론 현재에도 신문 방송 통신사들이 인터넷에 뉴스를 올리고 있으나 이는 철저하게 인터넷용이 아니라 신문 방송제작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즉 기존의 뉴스홈페이지는 신문 방송에 나온 것을 단순하게 올리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은 단지 글자로 된 뉴스뿐만 아니라 사진 동영상 음악 도표 등을 담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층정보가 담긴 인터넷사이트와 연결시켜주는 등 보다 유연하고 다채로운 뉴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말이다.
또한 기자들이 여전히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는 점도 해결과제이다. 현재 정보통신 과학 경제부 체육부 국제부 등의 일부기자들에게만 인터넷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을 뿐 사회부 정치부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저조하다.
언론 기자 인터넷 활용도 떨어져
기자들이 자신의 취재영역을 출입처란 틀에 의해 제한받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정부부처 주요기업들은 각 언론사별로 일정인원의 기자만을 출입기자로 등록시켜 이들에게 취재공간과 각종 보도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일정 자격과 영향력을 갖춘 언론사만 등록시킴으로써 공신력과 책임성을 유지한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출입처 제도는 인터넷시대에는 정보유통을 제한하는 인위적인 장벽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보도시점을 사전에 조정하는 엠바고관행 역시 인터넷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같다.
국내 언론사는 인터넷을 뉴스전달을 위한 하나의 채널정도로만 여기는 것 같다. 인터넷이 지닌 위력과 경제적 장점 등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러나 사실 언론사의 주수익원이 신문광고와 방송광고에 있기 때문에 인터넷사업쪽으로 경영자원을 몰아주기 힘든 구조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십년간 이어져온 한국언론계의 관행이 인터넷을 독자적인 사업부문으로서 육성시키기에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제도권 기자, 인터넷 미디어로 이동 많아
올들어 제도권을 박차고 나와 과감하게 독립인터넷미디어를 차린 기자들이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머니투데이를 비롯 이데일리 아이뉴스24 등이 전직 일간지기자들이 만들어낸 한국언론의 새로운 시험무대이다. 조인스닷컴 동아닷컴 아이티조선 등도 자체 취재망을 갖춰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중앙일보는 조인스닷컴과 별도로 j머니란 인터넷 기반 미디어의 설립을 검토하기도 했다.
국내언론사 닷컴 열풍
아울러 지난해부터 국내언론사들도 닷컴 열풍 가운데 너나없이 인터넷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독자적인 부서를 편성하거나 아니면 아예 분사화해버릴 정도였다. 그러나 몇몇 선발주자외에 눈에 띄는 사업성과와 영향력이 발휘되는 않는 것은 출고시간, 컨텐츠의 스타일, 취재방식 등이 여전히 오프라인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콘텐츠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따라서 언론사부설 온라인미디어간 경쟁은 우선 탈오프라인이란 선결조건부터 해결해야 할 듯하다. 오프라인쪽에서 신문제작용 방송제작용으로 전달되는 컨텐츠에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선 네티즌독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한다. 인터넷은 빠른 속보의 전달뿐만 아니라 도표 사진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기술을 기반으로 양과 질에서 기존 신문방송에 실린 뉴스 그 이상의 뉴스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전달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종기사를 발굴해낼 수 있는 기자 스스로의 역량이다. 결국 온라인도 사람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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