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은 갔어도 인터넷은 거침이 없다" 2001년 무렵 저의 칼럼

"닷컴은 갔어도 인터넷은 거침이 없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초고속인터넷 세상에 도전하고 있다.

인터넷을 물쓰듯 하는 우리들은 무감각하나 한국을 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은 예사롭지 않다. 프랑스계 넷밸류,미국계 AC닐슨-이레이팅즈와 같은 세계적 인터넷 조사전문업체들은 이미 국내에 지사를 내고 한국인터넷의 도전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초고속인터넷은 단지 빠르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거의 무한대로 넓혀주고 있다. 문자대화에 그쳤던 인터넷채팅은 초고속인터넷의 힘을 빌어 화상채팅,영화채팅,게임채팅 등으로 깊고 넓어졌다. 밤마다 수 천명 아마추어 디제이들이 다양한 주제로 참신한 목소리로 인터넷 생방송에 나선 까닭인지 FM라디오 청취자수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제 주가폭락과 연쇄퇴출이란 빙하기를 거쳐 살아남은 대한민국의 닷컴들은 초고속인터넷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내기 위해 안간 힘이다.

한국 초고속인터넷의 가능성은 과연 무엇인가.
초고속인터넷이란 새차원의 인터넷망이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한국 집집마다 깔리고 있다. 닭장으로 비유됐던 고밀도 거주공간 아파트가 이제 가장 효율적인 초고속인터넷의 터전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유럽은 인구밀도가 높지만 까다로운 건축법 때문에 광케이블 깔기가 쉽지 않다. 미국도 초고속인터넷의 인기가 높지만 우리처럼 효과적으로 초고속인터넷을 집집마다 가설하기란 불가능하다.

초고속인터넷 덕에 한국네티즌들은 초보딱지를 떼고 빠른 속도로로 인터넷고수들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인터넷선구자들의 노하우가 채팅 게시판 등을 거쳐 널리 깊게 퍼져간다.

유행에 민감하고 겁없는 한국네티즌들은 인류 최초로 펼쳐진 초고속인터넷이란 환경 가운데 다채로운 모험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음악방송까지 한다. 예전에는 이메일이나 웹서핑에 그쳤지만 이젠 기꺼이 신용카드와 전자화폐를 통해 다양한 전자상거래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공동구매와 경매가 가계살림에 보탬이 되는지 깨우친 주부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추억의 노래도 불과 몇분이면 인터넷으로 통해 내려받아 CD에 버금가는 음질로 감상한다. 초등학교 동문들과도 서슴없이 온라인-오프라인 만남에 나선다. 초고속인터넷은 단지 빠르게 인터넷서핑을 가능케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네티즌들의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크기를 전화선인터넷에 비해 수백배를 늘렸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손정의 소프트뱅크사장 역시 올초 방한때 “한국인터넷의 가능성을 초고속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에서 찾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초고속인터넷 강국 한국은 닷컴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란 진단이었다.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쌓아둔 노하우는 아울러 앞으로 전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두둑한 밑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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